밀물 ―정끝별(1964∼) 가까스로 저녁에서야/두 척의 배가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나란히 누워/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응, 바다가 잠잠해서 오늘은 정끝별 시인의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 편의 시를 소개한다. 처음 이 시를 읽고 나서 한참을 잊을 수 없었다. 제목처럼 밀려오는 감동을 여러분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은 ‘밀물’인데 막상 시를 읽어보면 ‘밀물’이라는 단어는 하나도 안 나온다. 자연현상, 달의 힘, 해변과 썰물…. 밀물에 응당 따라오는 이런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이 시는 바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은유의 힘을 빌려 시는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이것은 분명 우리, 나, 너의 이야기다. 이 시를 읽기 가장 좋은 때는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이다. 발바닥은 아프고, 몸은 물먹은 솜 같고,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정신이 멍해질 때 이 시는 찾아온다. 우리는 항구에from 동아닷컴 : 동아일보 오피니언 뉴스 https://ift.tt/3dyTi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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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8, 2020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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