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 박서영(1968∼2018) 밤의 국도에서 고라니를 칠 뻔 했다 두 눈이 부딪혔을 때나를 향해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짓던고라니의 검고 큰 눈망울 오랫동안 그걸 잊지 못하고 있다 그날 이후 그 길을 지날 땐 자꾸 뭔가를 만지게 돼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천국을 아직도 돌려주지 못하고 있어요내가 갖고 있어요 천국은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사라졌지요 도리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죽은 사람이 시집을 보내왔다. ‘유고 시집’이라고 한다. 시집을 받으면 고맙다고 인사를 하게 마련인데, 인사할 이가 없으면 몹시 슬프다. 허공이나 하늘에 대고 인사를 해봐도 슬픔은 가시질 않는다. 그렇지만 세상에 남길 유산으로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시를 선택한 것이 고맙다. 그래서 천천히 오래 읽는다. 박서영 시인의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가 바로 그런 시집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시인은 몹시 착한 사람으로 살았던 것 같다. 시를 읽다 보면 확신도 생긴다. 이를테면 ‘천국’이라는 작품이 그렇다. 시인은 고라니를 칠from 동아닷컴 : 동아일보 오피니언 뉴스 https://ift.tt/2Y92KS1
via 자세히 읽기
July 13, 2019 at 03:00A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