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해가 스무 번 바뀌었는데/내 기린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영랑 김윤식의 암울하고 처연한 시 ‘거문고’는 이렇게 시작된다. 기린은 거문고의 고고한 음색과 자태를 가리키는 은유다. 그 기린이 20년 전에 울고 더 이상 울지를 못하고 있다니 무슨 일일까. 이 시가 발표된 것이 1939년이었으니, 그때로부터 20년 전이라면 1919년이다. 3·1만세운동이 일어났을 때 영랑은 서울에 있는 휘문의숙(현재의 휘문고)에 다니고 있었다. 독립운동의 여파로 학교가 문을 닫자, 그는 고향인 강진에 내려가 학생운동을 도모하다 잡혀 몇 개월을 대구형무소에 갇혔다. 그런데 20년이 지났건만 현실은 더 암울해졌다. “바깥은 거친 들 이리떼만 몰려다니고/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떼들 쏘다니어/내 기린은 맘 둘 곳 몸 둘 곳 없어지다.” 이리떼와 원숭이떼로 비유되는 일본인들과 친일파들이 활개를 치는 세상에서 거문고, 즉 예술이나 민족의 자유가 설 자리는 없었다. 씨알 아니 신천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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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3, 2019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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