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소리 ― 주요한(1900∼1979) 비가 옵니다.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으레 봄은 따뜻하거나, 환하거나, 두근거린다. 이 모든 봄의 인상들은 세밀화보다는 인상파류의 그림에 어울린다. 봄의 기운에 벅차고 봄의 빛에 눈부시면 됐지 구태여 정밀한 디테일을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봄에는 우리의 마음도 시도 넓은 벌판으로 확장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요한의 봄시는 조금 독특하다. 이 시는 봄의 찬란함에 사로잡히지 않고 퍽 차분하다. 아마 봄 중에서도 ‘비’에 주목했기 때문에 차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차분함은 세밀함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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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6, 2019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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