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1998년 11월 인생에서 처음으로 일본 땅을 밟았다. 일본에 있는 한 대학에서 채용 면접을 보기 위해서였다. 모든 커리큘럼을 영어로 강의하게 되어 있는 그 대학의 브로슈어는 영어와 일본어로 쓰여 있었다. 귀국 후 부모님께 브로슈어를 보여드렸다. 사진이라도 보시라고 별생각 없이 보여드렸는데, 아버지가 뜻밖에도 일본어로 쓰인 부분을 띄엄띄엄 읽기 시작했다. 한 번도 아버지가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 적잖이 놀랐다. 그러나 나보다 더 놀란 쪽은 아버지 자신이었다.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소학교에 입학했고 일본어로 수업을 받았다. 조그마한 시골 학교라서 교장만 일본인이고 교사는 모두 한국인이었지만 수업은 과목과 관계없이 일본어로 진행되었다. 어린 소년은 일본어를 국어로 알았고, 금세 일본어 실력이 늘어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 그런데 방과 후 집에 오면 일곱 살 연상의 누님이 아버지를 붙잡고 ‘가갸거겨’를 가르쳤다. 아버지는 그 글이 어떤 글인지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채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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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8, 2019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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