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쌀한 날씨의 이른 봄날 아침, 학교에 가는 대신 조조영화를 보러 혼자 극장에 갔다. 개봉한 지 석 달이 넘어서 이제 간판 색이 바래기 시작한 ‘사관과 신사’를. 난방도 들어오지 않는 극장 로비는 이른 시간이라 텅 비었다. 수기로 표를 받는 매표 아가씨의 무릎이 추워 보였다. 1000석에 가까운 넓은 객석엔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꼭 붙어 앉아 있었고 나는 밖에서 좀 서성이다가 불이 꺼진 후 자리에 앉았다. 하필이면 안경다리도 부러져 한 손으로 받친 채 스크린을 바라보는 스물한 살의 처량함. 1년 다니던 학교를 무작정 휴학하고 구르는 먼지 뭉치처럼 서성였던 때였다. 지금의 청춘보다야 사정이 나았겠지만 무엇을 어떻게 왜 살아야 하는지 막막했고 우울했다. ‘아메리칸 지골로’와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로 당대 최고의 섹시 스타로 막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리처드 기어가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나온다고 난리가 난 영화를 나는 부러진 안경을 쓰고 남루한 가방을 든 채 스산한 극장에 뒤늦게 혼자 앉아 보고
from 동아닷컴 : 동아일보 오피니언 뉴스 http://bit.ly/2CQ7AYM
via
자세히 읽기
January 05, 2019 at 03:00A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