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길 ― 신경림(1936∼ )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아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위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미 수북한 쇠전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 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 되어 떠나려네 이 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집에 단골처럼 등장한다. 주제가 뭔지, 성격이 뭔지, 밑줄 그어가며 외우는 시라는 말이다. 숨 가쁘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시를 음미할 시간이 어디 있으랴. 시의 결이라든가, 여운을 음미할 여유가 어디 있을까. 무슨 말인지조차 잘 모르겠는데 무조건 문제를 풀어댔을
from 동아닷컴 : 동아일보 오피니언 뉴스 https://ift.tt/2zd2eVo
via
자세히 읽기
November 17, 2018 at 03:00A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