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고학 발굴단의 일원으로 시리아에 갔을 때, 그는 많이 아팠다. 음식 때문이었다. 50도가 넘는 더위에도 한기를 느꼈고, 몸무게는 일주일 사이에 7kg이나 빠졌다. 그런데 아프니까 모국어가 그리웠다. 주어와 목적어와 동사를 따져야 말이 되는 외국어와 달리, 입만 열면 술술 나오는 모국어가 너무 그리웠다. 그때 누군가가 떠올랐다. 한글의 첫 자음자인 ‘ㄱ’으로 시작되는 성을 가진 ‘ㄱ’ 선생님 혹은 기역 선생님. 그런데 ‘기역’이라는 말이 ‘기억’이라는 말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목이 메었다. 고향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누워 있는 그를 일으켜 세우더니 뭔가를 떠먹였다. 한글의 다섯 번째 자음자 ‘ㅁ’과 소리가 같은 ‘미음’. 그는 미음을 받아먹으면서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지난주에 세상을 떠난 시인 허수경이 그랬다. 무슨 이유에선지 시인은 유목민처럼 살았다. 자크 데리다는 유목민이나 실향민에게 공통되는 감정을 고향에 대한 “한숨과 그리움”이라고 했다. 그에게 고향은 땅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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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10,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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