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박오가리 ― 복효근(1962∼ ) 여든일곱 그러니까 작년에 어머니가 삐져 말려주신 호박고지 비닐봉지에 넣어 매달아놨더니 벌레가 반 넘게 먹었다 벌레 똥 수북하고 나방이 벌써 분분하다 벌레가 남긴 그것을 물에 불려 조물조물 낱낱이 씻어 들깻물 받아 다진 마늘 넣고 짜글짜글 졸였다 꼬소름하고 들큰하고 보드라운 이것을 맛있게 먹고 어머니께도 갖다 드리자 그러면 벌레랑 나눠 먹은 것도 칭찬하시며 안 버리고 먹었다고 대견해하시며 내년에도 또 호박고지 만들어주시려 안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즐겨 묻는다. 어떤 시가 좋은 시냐고. 정답은 없다. 좋음의 답이 있으면 그건 좋은 게 아니다. 좋으니까 오히려 답이라든가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 드리고 싶다. 마치 내 이야기를 쓴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면 좋은 시라고 말이다. 이를테면 복효근 시인의 ‘호박오가리’를 읽고 자신의 호박오가리와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면 이 시는 그의 좋은 시가 된다. 호박을 오리거나 썰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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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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