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 포도, 잎사귀 ― 장만영(1914∼1975)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 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 바다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고나 장만영 시인의 이 시는 ‘시건설’ 2호에 처음 발표되었던 작품이다. ‘시건설’은 1936년부터 등장했던, 그러니까 퍽 오래전에 발간된 시잡지이다. 특이하게도 평안북도 중강진이라는, 한국에서 가장 춥다는 북쪽 끝에서 꽤 오랫동안 나왔던 잡지이기도 하다. 오래되고 멀어서일까. 옛날 지면을 뒤적거리다가 장만영의 이 시를 만났을 때에는 심지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장만영이라는 시인의 젊었을 적 얼굴과 시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이 시에 뜨겁게 녹아 있는 듯했다. 맨 처음 잡지에 실린 원문은 오늘날 시선집에 실린 작품과는 몇 군데 다르다. 특히 2행이 다른데, 원문에서는 달빛이 ‘호수처럼’ 밀려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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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5,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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