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에 한 약속 ― 이문구(1941∼2003) 방아깨비 잡아서 어떻게 했지? 떡방아 찧고 나서 가게 했어요 내년에 만나기로 마음 약속하고 각시풀 있는 데로 가게 했어요 베짱이는 잡아서 어떻게 했지? 비단 옷감 짜고 나서 보내 줬어요 내년에 다시 보자 굳게 약속하고 분꽃 핀 꽃밭으로 보내 줬어요 얼마 전 놀이터에서 작고 귀여운 거미 한 마리를 봤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직접 보는 것은 좋은 공부가 될 테니까, 곁에 선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여기, 아름답고 씩씩한 거미가 한 마리 있다고. 그랬더니 장난꾸러기 한 아이가 말릴 틈도 없이 발로 밟아버렸다. 괜히 거미의 생이 망가지는 데 일조를 하고 말았다. 나는 다 큰 어른인데도 울면서 집에 왔다. 이럴 때 시는 정말이지 좋은 약이 된다. 울음이 가득 찼을 때 시를 읽으면 그 울음은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울음을 그치고 싶을 때에도 시를 읽으면 곱게 달래진다. ‘여름에 한 약속’은 마음을 곱게 펴주는 후자에 해당한다. 시는 헛된 문자로 쌓은 탑 같지만 보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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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4,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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