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가 말하길, 1년 전쯤 붓과 벼루를 샀다고 했다. 그때부터 이따금 내키는 글자를 써보곤 한다고. 정확히는 ‘휘갈긴다’고 표현했으나 듣고 있으려니 꽤 정적인 감흥의 취미 같았다. 이를 테면 좋은 선 하나 그을 때마다 시간을 들여 흐뭇해하는 식이랄까. 언젠가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먹을 갈아 ‘눈 설(雪)’ 자만 몇 백 장을 썼다고도 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이었고 적잖이 취한 밤이었다. 눈 설 자의 받침변이 어느 방향으로 열렸는지도 얼른 확신치 못하는 나는 ‘으흠’ ‘그렇구나’ 따위의 설익은 대꾸만 늘어놓았으나 실은 꽤 감명 받은 터였다. 단순히 서예라는 취미나 겨울밤 일화에 서린 풍류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좋았던 건 그의 지인 누구도 이런 사정을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꽤 영향력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진 그가, 한번도 서예 관련 포스팅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느 불문학자의 산문집에서 읽은 표현 하나가 한동안 혀끝에 맴돌았다. ‘내적 삶’. 문맥에서 그리 중요치 않은 표현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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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5,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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