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송화 ―송찬호(1959∼ )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 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 수염으로 알록달록 포도씨만 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 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 있다 큰 서점에 가면 단기간에 큰 변화를 모색하는 화려한 책들이 앞자리에 앉아 있다. 그런데 나는 유능한 책보다는 이슈도 일으키지 못하고, 먼지를 쓰고 천천히 늙어가는 책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책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사람 중에도, 식물 가운데에도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그런 부류가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분명히 세상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모든 것은 소중하다. 소중한 작은 것을 발굴하고 아끼는 마지막 분야가 있다면 아마 ‘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없는 것 같지만 있는 것. 안 중요한 것 같지만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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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02,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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