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선화―김상옥(1920∼2004)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 사람의 기억이란 묘한 데가 있다. 나는 매일같이 오늘만 사는데 기억은 과거를 살게 해준다. 눈은 바로 앞의 풍경밖에 보질 못하는데, 기억은 20년 전의 풍경을 보게 해준다. 비유하자면 기억은 마치 마음속에 꼭꼭 숨겨 놓은 문과 같다. 우리는 매번 그 문으로 드나들지는 않는다. 그 대신 기억의 문은 제멋대로, 불쑥불쑥 열리곤 한다. 기억이 일종의 문이라면, 김상옥의 시는 그 문에 노크를 하는 시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에는 세 종류의 기억이 얽혀 있다. 우선, 시인이 시 안에서 누님을 기억하고 있다. 다음으로, 시인의 상상 속에서 누님은 떠
from 동아닷컴 : 동아일보 오피니언 뉴스 https://ift.tt/2K0CjaI
via
자세히 읽기
June 23, 2018 at 03:00A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