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쓰는 지금, 눈앞에는 찻잔 한 쌍이 놓여 있다. 손잡이가 달린 유백색 찻잔과 넓은 받침대. 기품이 느껴지는 실금은 도공이 불(火)과 사투를 벌인 흔적이다. 사실 이 잔으로 차를 마신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꺼내 놓고 보기만 한 적이 더 많았다. 그때마다 한일 간 오랜 애증의 역사를 생각했다. 찻잔 밑에는 심수관(沈壽官)의 낙관이 있다. 심수관은 16세기 말 정유재란 때 포로로 끌려가 가고시마(鹿兒島)에 정착한 도공 심당길의 후손. 400년 넘게 이어온 도예가 집안은 12대 이후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습명(襲名·선대의 이름을 계승)한다. 기자가 몇 년 전 15대 심수관을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일본이 아버지라면 한국은 어머니다. 한일관계가 나쁘면 부부싸움 때 아이의 기분이 된다”고 말했다. 찻잔을 선물한 분은 특파원 부임 전 연수하던 대학에서 기자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미사키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기자가 자전거로 일본을 종단했다는 말을 듣고 자극을 받아, 평소 관심이 있던 한국을 본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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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4,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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