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사의 호명에 진료실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난다. 진료실 문 앞에서 소리가 멈추고 몇 초간 흐르는 정적. 산부인과 의사라면 거의 겪어봤다는 특유의 머뭇거림이다. 문이 열리면 의사의 예상은 대부분 적중한다. 사는 곳에서 1, 2시간씩 걸려 찾아온 여성들이다. 막상 의사 앞에선 별말이 없다. 낙태를 해달라는 부탁뿐. 의사가 난색을 표하면 저마다 사연을 꺼내놓는다. 하지만 소용없기 일쑤다. 돌아서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단념의 기색을 찾아보긴 어렵다. ‘해주는 병원’을 찾아 또 전전하기 시작한다. 28년 차 산부인과 의사는 자신의 딸 또래의 20대 환자에게 “엄마가 된 여성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다독였다. 하지만 이내 답할 수 없는 질문에 직면했다. “선생님 따님이어도 낳으라고 하실 건가요?” 요행히 수술실로 보내진 여성들은 ‘굴욕의자’라고 불리는 수술대에 앉는다. 하반신 아래로 분홍 커튼이 드리워지고 그 너머로 철과 철이 맞부딪치는 소리를 듣는다. 차가운 금속이 몸속을 파고든다. 굴욕감에 두려움이 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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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01,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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