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우―김춘수(1922∼2004)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 비는 혼자 오지 않는다. 비는 냄새와 함께 온다. 특히나 더울 때 비가 내리면 물큰한 냄새가 유난하다. 비 때문에 공기는 무거워지고 여기에 섞여 풀 냄새나 집 냄새도 더 진해진다. 비와 함께 냄새가 찾아올 때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바로 김춘수의 ‘강우’라는 작품이다. 사실 이 시는 비 이야기가 아니라 ‘아내’ 이야기다. 시인은 1944년에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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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9,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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