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곱슬머리에 키가 크고 내성적으로 보이는 외국 남자가 사과밭 사이로 걸어가면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와서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 “뭐요, 한국에서 과일 농사를 짓겠다고요? 그걸로 와인을 만들 계획이라고요? 와…. 그런데 레돔 씨, 땅은 있습니까?” 다들 이렇게 물었다. “아뇨, 없습니다.” “그럼 돈은 있나요?” “일 년 정도 생활비는 있죠.” “으허, 큰일 났네….” 프랑스를 떠날 때도 사람들은 우리 앞날을 걱정했는데 한국에 오니 더했다. 1년 뒤 우리는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하고 거리에 나앉게 될지도 모른다. 아들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나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태양이 떠올랐고 좀 낙관적인 마음이 되었다. ‘그래, 망해도 좋아. 적어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했다는 말은 할 수 있겠지.’ 이렇게 마음을 달랬다. 초반 몇 달 동안 우리는 중고 자동차로 온 대한민국의 먼지를 휩쓸고 다녔다. 사과 연구소에도 갔고 포도 작목반에도 갔다.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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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2,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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