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박 ― 이승희(1965∼ ) 엎드려 있었다지, 온 생애를 그렇게 단풍 차린 잎들이 떨어지며 는실난실 휘감겨와도 그 잎들 밤새 뒤척이며 속삭였건만 마른풀들 서로 몸 비비며 바람 속으로 함께 가자 하여도 제 그림자만 꾹 움켜잡고 엎드려만 있었다지. 설움도 외로움도 오래되면 둥글어지는 걸까 제 속 가득 씨앗들 저리 묻어두고 밤낮으로 그놈들 등 두드리며 이름도 없이, 주소도 없이 둥글게 말라가고 있었다지. 늙은 호박을 잡아 그 둥글고 환한 속을 본다 사리처럼 박힌 단단한 그리움. 왜 세상의 많은 엄마들은 엄마가 됨과 동시에 둥근 얼굴과 둥근 체형으로 변해 가는 걸까. 젊었을 때 날카로운 턱선, 샤프한 눈매의 남자들도 아빠가 되면서 푸근푸근 둥글어 가는 걸까. 엄마가 더 엄마가 될수록, 아빠가 더 아빠가 될수록 그들은 둥글해진다. 나잇살, 운동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는 전혀 다른 이유를 말해준다. 사람이 둥글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늙은 호박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시에 나오는 호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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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7, 2017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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