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목 살이 ― 홍사성(1951∼ ) 퇴직하면 산속 작은 암자에서 군불이나 지 피는 부목 살이가 꿈이었다 마당에 풀 뽑고 법당 거미줄도 걷어내며 구름처럼 한가하 게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요즘 나는 신사동 어디쯤에서 돼지꼬리에 매달린 파리 쫓는 일 하며 산다 청소하고 손님 오면 차도 끓여내는데 한 노골이 보더 니 굽실거리는 눈매가 제법이라 했다 떫은 맛 조금 가시기는 했으나 아직 덜 삭 았다는 뜻이어서 허리를 더 구부리기로 했 다 들개처럼 지나온 길 자꾸 뒤돌아보면 작 은 공덕이나마 허사가 될 것 같아서다 구직자는 직장을 꿈꾸고, 직장인은 퇴직을 꿈꾼다. 물론 요즘 같은 때에 직장이 있다는 것은 몹시 감사한 일이고 퇴직은 무섭다. 그렇지만 대안만 있다면 확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모든 직장인에게는 있다.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꿈꾼다. 꿈은 자유니까, 자유롭게 꾼다. 퇴직하면, 세계 일주를 해야지. 퇴직하면, 텃밭을 가꿔야지. 이런 꿈을 꾸다 보면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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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 2017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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