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장 27 ― 황동규(1938∼ ) 내 세상 뜰 때 우선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입을 가지고 가리. 어둑해진 눈도 소중히 거풀 덮어 지니고 가리. 허나 가을의 어깨를 부축하고 때늦게 오는 저 밤비 소리에 기울이고 있는 귀는 두고 가리. 소리만 듣고도 비 맞는 가을 나무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귀 그냥 두고 가리. 올해 가을은 더딘가 보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가을에 목마르다. 끈질긴 더위도 더위지만, 자연의 섭리라도 좀 자연스럽게 흘러가주면 사는 게 덜 퍽퍽하겠다. 벌써 마음만은 가을인 분들이 가을 대비 시집 한 권 읽겠다면 황동규의 ‘풍장’을 권하고 싶다. 비울 것 비우고, 채울 것 채우기에 좋은 시집이다. ‘풍장’이라고 하면 대개 하나의 시를 떠올리지만,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로 시작하는 그 시는 ‘풍장’의 1편이다. 그것 말고도 ‘풍장’은 69편이 더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27번째 ‘풍장’을 가장 좋아한다. 가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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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5, 2017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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