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집에서 눈을 떴다. 몸이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 전등 줄에 매달린 추도 손으로 툭 건드린 것처럼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해마다 몇 주씩 여름휴가를 보내는 이 도시에서 이따금 겪는 일이다. 미미한 진동이긴 해도 늘 그렇듯 감정은 크게 동요되고 만다. 내가 지내는 방의 출입문 가까이에는 검은 백팩이 하나 있다. 이 집 가족을 위한 방재(防災)용 가방. 손전등, 휘슬, 비상식량, 현금, 안전모, 의약품 등이 들어 있을. 지난달인가, 초등학교 6학년 조카 일기장에서 도덕시간에 있었던 일을 읽게 되었다. 빙산을 만나서 구명보트로 갈아타야 하는 상황, 리스트 중에서 네 가지 물건만 골라서 가져갈 수 있다. 라이터, 은박 돗자리, 라면, 버너, 휘발유, 담요, 생수, 손거울, 낚싯대 중에서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모든 모둠에서 고른 1위는 바로 생수. 그러나 재난정보센터의 자료를 바탕으로 선생님이 알려준 ‘바다에 고립되었을 때’ 필요한 물건 1위는 바로 아이들이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던 손거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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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2, 2017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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