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 이명수(1945~) 노모는 낮에 자고 밤에 깨어 있다 나는 옆방에서 문을 반쯤 열어놓고 귀도 반쯤 열어놓고 잔다 흐린 정신이 밤에 돌아오시나 보다 새벽녘에 밥을 찾고 물을 찾는다 나도 새벽에 밥을 좀 먹고 물을 마신다 그러다 노모 곁에서 연필을 깎아 시를 쓴다 시를 지운다 나도 밤에 정신이 돌아오나 보다 정신의 끈을 잡고 노모와 동행하는 밤 참 멀다 자연에는 순서가 있다. 봄 다음에 여름이 오고, 여름 지나면 가을이 오게 되어 있다. 우리는 반드시 지켜지는 좋은 순서를 사랑하여 ‘순리(順理)’라는 예쁜 이름도 붙여주었다. 순하게, 이치대로 지켜지는 모든 것은 복되다. 복되다는 말은 사실 부럽다는 말이다. 우리네 삶은 제멋대로이고 마음의 계절은 하늘의 계절을 따르지 않는다. 어제는 컴컴한 지옥이었다가 오늘 다시 찬란한 계절이 되기도 한다. 달력상 같은 절기를 살고 있지만 마음들은 제각기 다른 계절을 난다. 그러니까 여름날에 ‘겨울밤’을 읽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from 동아닷컴 : 동아일보 오피니언 뉴스 https://ift.tt/2FFDc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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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8, 2019 at 04:2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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