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3월 나를 제외한 모두가 친구인 자리에 끼어서 저녁 식사를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깍두기’가 된 것도 서러운데, 심지어 나로 인해 테이블 전체가 정적에 휩싸인 순간까지 있었다. 전채요리로 아란치니(이탈리아식 튀김 요리)가 나왔을 때, 내가 그만 ‘설날’이라는 주제를 고안해 내고 만 것이다. “튀김이 워낙 번거로운 음식이잖아요. 혼자 살면 잘 안 해먹게 되죠. 그러다 이번 설에 차례 준비 돕는답시고 해보려니 영 어렵더라고요. 색깔도 제각각이고 튀김옷도 따로 놀고 말이죠.” 말이 끝났을 때 좌중은 이미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져 있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사려 깊은 누군가가 입을 떼긴 했다. “사실 저희 집은 차례를 지내지 않은 지 몇 년이 됐거든요. 그래서 차례 얘기만 나오면 민망해져요.”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동조했다. 그런데 결과가 놀라웠다. 알고 보니, 여태 차례를 지내는 게 그 자리에서 우리 집 하나라는 것 아닌가. 나는 깍두기이자 ‘홀아비’인 채로 5코스 디너를 견뎌야 했던 셈이다.
from 동아닷컴 : 동아일보 오피니언 뉴스 https://ift.tt/2Qmz7FW
via
자세히 읽기
September 12, 2018 at 03:00A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