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안산공단의 1996년 3월은 무척 추웠다.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교수님의 연구실에 처음 찾아갔을 때, 책상 위에는 안산의 공단 지도와 업체 현황,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정보가 있었다.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선을 그어 공단을 200개 구역으로 나누고, 1부터 200까지 일련번호를 써 놓았다. 사각형 또는 오각형의 구역 위에는 또 다른 숫자도 있었는데 각 구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였다. 교수님은 200개 중에서 20개 구역을 무작위로 뽑더니 여기에 있는 업체들을 방문해 조사할 거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 이 작업이 얼마나 고되고 서러운 여정이 될지 알지 못했다. 나는 문전박대를 수시로 당하면서 공단의 꽃샘추위를 유난히 시리게 느껴야 했다. 교수님은 20개 구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을 조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다. 나는 지난 20여 년을 교수님과 함께하면서 그 당부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으며, 결국 이 당부는 통계와 자료 분석을 통해 세상 읽기를 시도하는 내 학문 세계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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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1,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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