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깨를 맞대고 기다랗게 3열 횡대로 정렬한 보병이 북소리에 맞춰 전진한다. 간간이 포탄이 작렬하지만, 병사들은 발로 땅을 두드리며 굳건하게 전진한다. 17세기 전열 보병 전성기의 전투 장면이다. 언덕 위에서 말을 타고 이 용감한 병사들의 행진을 지켜보는 장군의 심정은 뿌듯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200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플레이트 메일(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뿌듯한 감동 대신 공포와 분노를 느끼고 이렇게 소리쳤을 것이다. “누가 농민들이 저렇게 싸우게 만들었어.” 중세의 기사는 꽤 값비싼 존재였다. 기사 한 명이 무장을 갖추는 데 필요한 비용은 소 50마리 가격을 상회했다. 그러니 작은 영지 하나에서 기사 한 명이 나오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농민들에게 장창 한 자루씩만 쥐여주고 잘만 조련하면 이 값비싼 기사를 가볍게 말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고대 전쟁에서 증명된 사실이었다. 기사들이 정말로 잊어버렸던 것인지, 가슴속에 두려움을 품고 애써 모른 척했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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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4,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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