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백성이 태창(太倉) 옆에 살았다. 그는 장사도 하지 않고 농사도 짓지 않았는데 저녁마다 밖에 나갔다 밤에 돌아올 때면 반드시 쌀을 다섯 되씩 가지고 왔다. 쌀이 어디서 났느냐고 물어도 말해 주지 않으니 처자식들도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여 수십 년이 지나도록 하얀 쌀밥을 먹고 화려한 옷을 입을 수 있었으나 그 집을 살펴보면 항상 살림살이가 텅 비어 있었다. 그가 병들어 장차 죽게 되자 아들을 불러 은밀히 말하였다. “태창 몇 번째 기둥에 구멍이 있는데, 크기가 손가락만 하다. 그 안에는 쌀이 잔뜩 쌓여 있는데 막혀서 흘러나오지 못한다. 너는 손가락 굵기만 한 나무 막대를 가지고 가서 구멍을 후벼 쌀이 흘러나오게 하되, 하루에 다섯 되가 되거든 중지하고 욕심껏 취하지 말아라.” 권필(權필·1569∼1612) 선생의 ‘석주집(石洲集)’ 외집 제1권에 실린 ‘어떤 백성 이야기(倉氓說)’입니다. 태창(太倉)은 조선시대에 관원들의 녹봉을 지급하던 창고인 광흥창(廣興倉)의 별칭입니다. 창고 기둥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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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7,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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