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라지고 닳고 마디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마르셀의 손은 아주 따뜻했다. 굳은 살갗 밑에 예민함을 감추고 있었다. 마치 이제는 쓰이지 않게 된 옛 단어들 같았다. ― 존 버거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사라지는 것은 서럽다. 사람도 그렇지만 마을이나 제도 혹은 노래도 그러하다. 나는 20대 중후반의 대부분을 필사본 장편소설을 읽으며 보냈다. 띄어 쓰지 않고 구두점도 없이 세로로 이어진 글자로 가득한 책을 읽다가, 붓의 흐름을 따라 검지를 내리기도 하고 그 냄새를 맡기도 했다. 시대물을 쓰다 보면, 소설의 씨앗과도 같은 시간과 맞닥뜨린다. 백 년 전일 수도 있고 천 년 전일 수도 있고 만 년 전일 수도 있다. 가족도 친구도 내가 몰두하는 ‘결정적 하루’에 관심이 없다. 날짜를 이야기해도 난수표처럼 어려워한다. 내가 그 하루를 중심으로 장편을 완성하여 책을 내기 전까지, 그날은 있었으되 지워진 시간이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오직 나 혼자만 그 하루를 그리워하며 문장으로 옮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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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02, 2017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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