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1년 말 겨울 어느 날, 서울 덕수궁 석조전 2층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과. 조개탄 난로 위 노란색 양은 주전자에서 보리차가 끓고 있었다. 최순우 미술과장이 코트를 벗으며 정양모 학예관에게 말했다. 감격스러운 말투였다. “굉장한 일이 있어. 수정(水晶) 선생과 점심시간에 만났는데 그 어른 말씀이 ‘내가 평생 모은 유물을 전부 박물관에 내놓기로 하겠습니다’ 하시잖아. 이건 참 굉장한 일이야. 아직 누구에게 말하지 마시오.” 1973년 1월, 정 학예관이 ‘한국미술 2000년전’ 유물 대여를 위해 수정 박병래의 서울 돈암동 집을 찾았다. 줄곧 부러운 표정으로 신기한 듯 유물을 매만지자 박병래가 말했다. “그것들도 모두 박물관에 보내드리지요. 곧 정 선생 마음대로 하시게 될 겁니다.” 1974년 3월, 박병래는 자신이 45년간 모아온 조선 백자 362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그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소량의 기증은 있었지만 개인의 컬렉션을 대량으로 국가에 기증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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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 2017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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