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번님, 수정테이프 좀 빌려주세요.” 하루 14시간씩 몇 달간 한 교실에 있어도 서로 이름을 모른다. 오직 학원이 부여한 번호로만 부르고 불릴 뿐이다. 요즘 취업을 위해 토익 시험 준비를 하는 기숙학원의 풍속도다. 이유는 한 가지다. 통성명을 하게 되면 ‘아는 사이’가 된다. 처지가 비슷해 쉽게 공감하고 사귀게 될 수도 있다. 결국 토익 점수가 떨어지면 나만 손해다. ‘이름 부르기 금지’는 장기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알아낸 학원 교사들의 비법이다. ▷“○번 올빼미 도하(渡河) 준비 끝.” 군대를 가본 남자라면 몇 번쯤 외쳐봤을 구호다. 유격훈련장에 들어가면 계급과 이름 대신 헬멧에 쓰인 번호로만 불린다. 올빼미는 미국의 특공훈련을 처음 받은 육사 18기 생도들에 의해 작명됐다. 용감하고 기민한 데다 한반도 어디서나 서식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한다. 교도소의 수인(囚人)들도 번호로만 불린다. 400만 명을 학살한 나치 치하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수감번호를 몸에 강제로 문신하기도 했다. ▷유격장에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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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1, 2017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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