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는 내가 자기를 호되게 꾸짖은 순간을 일일이 기억한다. 가령 이런 식으로 말이다. “여섯 살 때 아빠가 나 무릎 꿇리고 무거운 책 들게 했잖아.” “일곱 살 때 아빠가 내 손바닥을 플라스틱 자로 때렸잖아.” 하필 이런 얘기는 자기를 최고로 아끼는 할머니 앞에서만 기다렸다는 듯 나온다. 그럼 나는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독재자 엄석대가 되고 만다. 곧이어 할머니는 엄석대를 사정없이 조지고, 아이는 그제야 희미하게 웃는다. 아이에게 들게 한 ‘무거운 책’은 본문 40쪽짜리 동화책(약 400g)이었다. 플라스틱 자로 손바닥을 때린 것도 훈육 차원이었다. 아이는 앙금이 남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이는 사실 할머니에게 내 모든 만행을 고발하지 않았다. 홧김에 손바닥으로 아이 엉덩이와 등짝을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때린 적이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아이는 그것만큼은 할머니에게 아직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아이는 그처럼 내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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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8, 2019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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