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우리 집 사과농사는 망했다. 견딘 놈들도 있지만 일찌감치 반 이상이 날아갔고 남아있는 것들도 쓸 만한 것들이 없다. 말 그대로 폭망이다. 그런데도 레돔은 사과밭으로 갔다. 어제도 갔고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것이다. 참 고집도 대단하다. 이역만리 와서 짓는 농사니 풍년이 들어 덩실덩실 춤을 춰야 할 텐데, 그날이 언제일지 참 멀기만 하다. “사람들이 유기농 사과농사 절대 안 된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 봐. 그동안 들인 그 정성이 참 허무하다. 쐐기풀, 민들레, 은행잎…. 온갖 것들 달여 먹였는데 이 사과 좀 봐….” 참아야 하는데 내 입에서는 자동적으로 잔소리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흘러나왔다. 레돔은 예초기를 메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가끔 멈춰 서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나무둥치를 쓸거나 나뭇가지와 잎들을 들여다보았다. 사과농사 2년째, 금지옥엽으로 돌봤으나 우리들의 사과는 여전히 병들거나 썩거나 벌레 먹거나 찌든 것들뿐이었다. 병든 사과를 들여다보는 그의 눈길이 어찌나 슬퍼 보이는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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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3, 2018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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