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9.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달이 빈방으로

달이 빈방으로 ― 최하림(1939∼2010) 달이 빈방으로 넘어와 누추한 생애를 속속들이 비춥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속옷처럼 개켜서 횃대에 겁니다 가는 실밥도 역력히 보입니다 대쪽 같은 임강빈 선생님이 죄 많다고 말씀하시고, 누가 엿들었을라, 막 뒤로 숨는 모습도 보입니다 죄 많다고 고백하는 이들의 부끄러운 얼굴이 겨울 바람처럼 우우우우 대숲으로 빠져나가는 정경이 보입니다 모든 진상이 너무도 명백합니다 나는 눈을 감을 수도 없습니다 이 시는 부끄러움에 대한 시다. 여기서의 부끄러움은 수줍음과 다르고, 숫기 없는 것과도 다르다. 그보다 훨씬 더 엄정하고 무거운 종류의 부끄러움을, 이 시는 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염치’다. 염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염치 감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마음의 도리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사람은 염치 감각이 희미하다. 감각이 없다기보다는 염치를 쉽게 외면한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from 동아닷컴 : 동아일보 오피니언 뉴스 http://ift.tt/2tpbqny


via 자세히 읽기

June 30, 2017 at 03:00AM

댓글 없음:

댓글 쓰기